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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하고도 이틀이 지난 화요일, 병상에서였다. 깨어나자마자 연지는 지호를 찾았던 모양이다. 연지 부모님이 달이를 통해서 연락을 주셨지만 우리는 야간 자율학습을 다 마친 후, 10시 반경에야 병원을 찾아갈 수 있었다. 면회 시간은 벌써 끝나 있었고, 연지는 지호와 함께 이미 소등까지 끝난 병실을 빠져나와 주차장의 가로등 아래를 조금 걸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직은 몸이 좀 불편한 모양이었다. 지호는 물론 이미 오전에 학교를 빠져나가서 병원에 숨어들었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친 선생님들을 진정시키는데 달이와 내가 꽤나 애를 먹었지만, 어떻게 출석 체크 이외의 다른 벌을 받는 일은 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지호와 연지와 달이가 어릴 적 친구이고, 최근에 연지가 당한 모종의 ‘사고’와 지호가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이미 선생님들 사이에도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금 시간축을 돌려서 내가 효주에게 그, 낯뜨거운 고백을, 그것도 중인환시 속에서 당당하게 해치웠던 그 날의 달동네로 되돌아가자. 사실 나는 그 후에 바로 연지를 찾아갈 기세였지만 달이와 진영이가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말렸기 때문에, 그 뒤로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는 나머지 멤버들의 간식거리가 되어서... 그러니까, 엄청나게 놀림을 받았다. 옆에서는 효주가 내 손을 붙잡고 놓지를 않지, 딱 30분만에 한 달은 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은 우리집 현관문까지 와서도 효주가 내 손을 놓는 것을 거부했다고 할까, 놓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녀석의 머리통을 가볍게 끌어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 전보다 커다란 뭔가를 하나 더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얻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나 뿐 아니라 효주에게도 이전에 비해서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안그래도 매사에 불안불안한 효주에게 있어서 그건 심적인 부담을 늘리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걸 달래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말하자면 그, 뭐냐, 그거다. 지극히 사전적인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말하자면 그 남자친구...로서의 첫 번째 임무인 셈이다. 응. 그 다음날, 월요일이었으므로 우리는 학교에 모여서 - 지호까지 전원이 모여서 - 작전을 짰다. 작전이라고 해도 그냥 내가 지금까지 친구들에게 감추고 있던 것들을 모두 털어놓았을 뿐이지만, 몇 가지 실행에 옮기기 위한 수단이나 순서같은 것은 정할 수 있었다. 달이가 연지네 집에 전화해서 오늘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겠다고 알린 것은 점심시간의 일이었다. 지호 언저리에서는 자율학습까지 다 참석할 거 없이 바로 가서 착수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바로 그 지호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이상 선생님들 눈밖에 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때문에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야 우리는 연지네 집으로 가서 까치와 대면할 수 있었다.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세한 차이이기 때문에 평소에 굳이 신경쓰지는 않지만, 이클과 내가 사용하는 악마의 힘이나 효주가 쓰는 신수의 힘은 낮보다는 밤에 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효주야 별 상관없다곤 해도 내 쪽은 일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니까, 한다면 밤이 더 좋은 것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문제의 ‘출신’에 대해서는 사실 그 전부터 어느 정도까지는 범위를 좁혀놓고 있었다. 일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까치 녀석의 출신지 후보로는 역숭모천, 역자련천, 역우황천, 역무명천의 네 군데가 있는데, 이 중에서 역숭모천은 수호자의 계라고 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사대천왕이나 염라대왕같은 무서운... 외경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이 사는 곳이다. 또 역무명천의 다른 이름은 염라왕의 계인데, 죽은 인간의 영혼이 가는 곳이라고 했다. 즉 염라대왕의 관할구역이라고 해두면 대충 맞겠다. 어쨌든 그동안 달이와 내가 모아놓은 정보에 의하면 이 두 하늘은 제외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녀석이 일부러 혼동을 유발하기 위해서 말이나 행동을 배배꼬았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있더라도 충분히,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가 쓰려고 했던 이 악마의 힘에 대해 까치는 잘 모를 것이고, 설령 지식 자체는 가지고 있더라도 연지가 얽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나는 한 번도 힘을 써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놈은 단지 자기 출신이나 성격같은 것을 감추기 위해서 거짓말을 늘어놓을 필요성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택은 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역자련천이냐 역우황천이냐. 처음에는 역우황천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는 실존자의 계라고 불리는 곳으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기상천외한 것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냥 이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늘’ 출신의 다른 존재들처럼 역우황천의 거주자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단순히 이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낭패를 보기가 쉽다. 굳이 예를 들자면, 그러니까 우주 공간의 블랙홀 같은게 여기 해당한다. 갑자기 다루는 범주가 바뀌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반면 역자련천은 다른 말로 선지자의 계라 하는데 소위 지혜 있는 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여기서 지혜라는 것은 지식과 경험 양쪽을 통칭한다. 가령, 기독교의 천사들이 있을 만한 곳을 꼽자면 이곳이 될 거다. 역자련천은 여러가지로 인간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 수준을 훨씬 초월한 존재들이 사는 곳이니까 말이다. 까치가 처음에 ‘사업’에 관한 얘기를 했었고, 계속해서 연지에게 들러붙은 채로 뭔가를 뜯어내고 있는데 그밖에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는 낌새는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놈을 인간의 영혼...이나 뭐 그런 것에 기생해서 사는,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생물’이라고 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그렇다면 그 주소를 역우황천에서 찾는 것이 적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놈은 인간에게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대단히 많은 지식도 갖고 있었다. 이 박식한 점은 역자련천에 가깝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까치가 의외로 인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날때부터 인간에게 기생해서 살도록 타고난 존재라면, 게다가 풍부한 지혜를 가진 존재라면 인간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이 앞뒤가 맞는다. 평생사업 같은 거니까 말이다. 반대로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그밖의 다른 범주에 대해서도 그다지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는 쪽이 그럴 법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내가 까치로부터 알아내고 싶었던 것이 이 부분이다. 놈은 인간에게 기생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인가? 아니면 최근에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뿐인 다른 세상의 존재인가? “넌 언제부터 사람을 덮치기 시작했지?” 연지의 방에서, 연지 부모님이 거실로 물러나신 틈을 타서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눈치를 채일 위험이 있으니까 이클은 데려오지 않았다. 괜찮다. 나는 이클의 그 ‘주문’을 확실히 이어받았으니까. 시각은 이미 11시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무난히 일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10분 정도. 그 이상 지나면 걱정이 되신 부모님들께서 다시 방으로 돌아올 거다. “흠... 이건 무슨 종류의 심문이지? 뭐, 너희들이 내 본성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은... 합리적이긴 하군.” 변함없이 불길하기 그지없는 불협화음. 놈이 눈치채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나는 그간 단 한번도 이곳에 찾아오거나 까치와 만나지 않았다. 접촉하는 것 자체를 피해 왔다. 결행의 날이 되어서야 다시 이 살벌하고 기분나쁜 ‘것’과 마주하는 내 전신의 감각은, 눈 코 귀 할 것 없이 모두가 짜증나는 이것을 당장 치워버리라고 아우성이었다. “좋아.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나도 무료하던 참이니까... 사실 이번 ‘사업’이 내 경우는 처음이야. 그렇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군. 내가 긁어낼대로 긁어낸 다음, 이 꼬맹이가 어떻게 되는지라든지... 언제까지, 인간으로서의 껍데기나마 유지할 수 있는지. 그런 건 말이지.” 우리를 도발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질 않자 녀석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야 우리는 지금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일을 끝내러 왔는데, 저런 말 한두마디에 일일이 동요할 거야 없지. 결의가 확고해질 뿐이다. 더구나, 녀석은 지금 이 말에서 내가 원하던 정보를 살짝 흘렸다. 하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한 번만 더 확인하고 가자. “그때보다 멧집은 키운 모양이군. 아니면 시간이 좀 지나서 적응이 된 건가? 어차피 너희들에게는 지금 이것이 현실이니까 말이지.” “안 통하는 걸 알았으면 그 말투는 집어치워라? 한 가지 더 물어볼테니 대답할 생각이 있으면 하고. 그러니까... 네가 연지에게서 떨어져나가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지?” “어이쿠 무서워라.” 놈은 어깨를 - 며칠전보다 눈에 띄게 야위어 들어간 연지의 가느다란 두 어깨를 - 으쓱하고 보란 듯이 추켜세우더니 다시 진지한, 사람을 갖고 놀고 싶어하는 듯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이클도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된다면 대략 저런 모양새일까. 아마, 모르긴 해도 이것보다는 훨씬 친근감이 들 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러고 나면 다음 사냥감을 찾게 되겠지. 이 동네에는 너희들이 있어서 제대로 사업이 안되니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 같군. 내 꼴을 안 보게 되면 너희들이야 속이 시원할 테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놈은 아주 약간 우리에게 희망적일 듯한 소식을 입에 담았다. “사냥감을 바로 찾지 못하게 되면?” “흠...? 아아, 요즘 세상에는 그런 일은 거의 없어. 자세한 건 너희들하고 같이 있는 두꺼비한테 물어보면 더 친절하게 가르쳐줄걸. 하지만 그렇군...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좀 쉬는 것도 좋겠어. 너희들하고 노느라 좀 피로가 쌓였기도 하고 말이지.” 까치가 언급한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나중에 솔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건 지금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니까 다음 기회에 얘기하도록 하자. 어쨌든 이 시점에서 나는 확신을 얻었고, 달이와도 눈빛을 통해 그것을 확인했다. 이 놈은 사람에게 기생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그 이상 시간을 끄는 것도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도 불리한 요소를 늘릴 뿐이다. 나는 ‘주문’을 꺼냈다.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사용하겠다고, 필요하다면 거리낌없이 그 악취를 감당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다짐한 두껍고 흉악한 또 하나의 팔을 내 머릿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꺼내들었다. 까치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연지의 마음을 망가뜨리고, 몸을 빼앗아 조종하고는 이날 이때까지 차지하고 앉아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 준, 악마라는 이름조차 과분한 이 끔찍스러운 요마(妖魔)를, 그 근원한 곳, 역자련천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퇴마술을 거행했다. 처음에 놈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가 하는 짓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곧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날뛰기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는 나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효주와 수영이가 달려들어서 힘이 얼마 남지 않은 연지의 몸을 가볍게 제압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마저도 틀어막아 버렸다. 달이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방문에 몸을 기대 섰고, 그 옆으로 지호도 자리잡았다. 진영이는 최근 들어 단 한 번도 걷혀진 적이 없는 창문 커텐 앞으로 갔다. 도주로를 막은 것이다.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가 다루는 것도 뭐 그리 성스러운 힘도 아니고 정의로운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놈이 무럭무럭 내뱉어 연지의 방 안을 짙게 오염시켜 놓은 더러운 암운에 비하면, 내가 전수받은 악마의 힘은 빛줄기 그 자체였다. 그 빛은 섬광이 되어 연지의 가슴을 관통하고, 안으로부터 그 몸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눈으로, 그리고 귀로, 코와 입을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로도 검은 연기 비슷한 것이 쑥쑥 빠져나왔다. 말은 연기라고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물질의 형태를 전혀 띠지 않은 ‘어둠’ 그 자체였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그 덩어리가, 들러붙어있던 몸으로부터 뭔가에 잡힌 듯 끌려나가는 모양새를 보기만 해도 이 주문을 통해서 엄청난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거친 수법이라는 거다. 내 몸도 터져버릴 것처럼 압박을 받았고, 또 찌부러질 것처럼 억눌렸다. 가슴속과, 그밖의 몸 여기저기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관절부 몇 군데는 그대로 불타버릴 것처럼 심하게 뜨거워졌다. 너무나 강력한 부담이 걸린 나머지 머릿속은 이미 군데군데 새하얘져서 당분간은 제정신이 돌아올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아니, 그 시커먼 것이 연지의 몸속에서 빠져나가서, 뭉실뭉실 뭉쳐서는 팍하고 부서져나가는 그 순간의 통쾌함을 내가 이 자리에서 말로서 설명할 수 있다면, 그런 능력이 내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나 달변이었던 놈은 마지막에는 악담 한 마디 지껄이지 못하고 그냥 사라졌다. 그냥, 휙 사라져버렸다. 연지는 그대로 쓰러져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일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이게 성공한 건지 아닌지를 알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효주만이, 힘없이 늘어진 연지의 가냘프게 말라붙은 작은 상체를 일으켜서 꼭 끌어안았다. 그 시점에서 우리가 두번 다시 연지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던 것은 효주 한 사람 뿐이었다. 우리가 그것을 믿을 수 있게 된 것은 그 병원 주차장에서 환자복 차림의 연지를 다시 만난 때였다. 사실 그보다 며칠 전에 주변 조사를 끝낸 솔이가 이제 더 이상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솔직히 실감이 들지 않았었다. “시현이, 선배... 고마워요. 저기, 감사해요.” 연지의 목소리는 많이 쉬어 있었다. 몸을 빼앗긴 동안 전신이 혹사를 당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깨어난 뒤에 지호와 끝도 없이 얘기를 나누어서인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눈물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그 눈에다가 연지는 다시 찰랑찰랑, 예쁜 눈물방울을 담았다. 모든 일이 잘 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 잘 끝났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효주는 또 내 손을 잡았다. 전보다 가까워진 거리는 그 무엇보다도 효주의 향기로 내 주변을 감싸주었기 때문에, 나는 좀 더 자주, 좀 더 일상적으로 구원받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주문을 사용해도, 제 아무리 무서운 사건에 맞닥뜨리더라도 그 ‘정상이 아닌 것’으로부터 풍기는 머리통이 지끈거리는 악취를 효주는 언제나, 깔끔하게 지워 준다. 이제는 익숙해지기도 했으련만, 10년이 넘게 계속되어 온 현관문 앞에서의 작은 이별을 효주는 벌써 9일째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볍게, 이 사랑스러운 녀석을 끌어안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때때로 효주는 변장을 풀고 온 몸에 털이 솟아 있는 수인(獸人)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만큼이나 긴장이 풀리는 거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은 곧 내게도 전염되어, 우리 두 사람은 고요한 별밤 아래에서 조용히. 잔잔한 웃음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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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하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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